독후감(讀後感)

노바디 인 더 미러(황모과)를 읽고.

채승민 2024. 11. 20. 00:18

서론

송도에 생각보다 큰 도서관이 없더라고여. 있어도 다 아파트 안에 딸린 조그만한 곳이거나, 어린이도서관이거나. 그나마 주변에 가장 큰 도서관으로 연세대 국제캠 도서관(a.k.a 언더우드 기념 도서관)이 있습니다. 예전에 찾아보니까 고대랑 연대랑 협력해서 도서관 열람은 가능한데 대출은 안 된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공익하면서 가서 읽을려고 했지. 근데 책 한 권 다 읽을려면 하루는 족히 다 써야하는게 너무 오바같아서 안 가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로 연대 학생증을 빌리게 돼서 보은 연수 끝나고 금요일(11/8) 낮에 일찍와서 들렀습니다. (누군지는 밝히지 않겠지만 빌려주셔서 감사하고여 :D)

 

소설도 2권 빌렸는데 뭐 내가 사실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읽고 싶은 책이 있던 것도 아니라 그냥 얇고, 표지 이쁜 친구로 골랐어! 물론 네이버 검색해서 줄거리나 후기 정도는 봤는데 괜찮기도 했고! 이제 본격적인 독후감 시작합니다.

민트색의 표지가 아주 예뻤음

How to define my ego

책을 관통하는 한 문장인거 같아서 제목으로 써봤습니다.

 

표지 그림에서 알 수 있이 뇌가 소설을 이끌어가는데 중요한 제재가 됩니다. Brain Pairing이라는 기술이 발명되었다는 소설 속 세계에서 Brain Pairing 연구소 연구원 김영일 씨가 중심인물입니다. 그는 가정폭력으로 아내 박이혜 씨와 갈등이 있었지만 이혼은 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불의의 사고로 뇌사자가 되고 생체실험대상이 되어 연구소장님의 아들 홍시엘과 Brain Pairing됩니다. 그러고 나서 의식을 되찾게 되고 과거의 영일이와 전혀 다른 제삼(제3)이가 되어서 세상을 살아가죠. 그러다 박이혜 씨와 합의이혼도 하게 됩니다. 

 

(다른 디테일한 줄거리도 더 있지만 요 정도만 하고 생략하도록 할게요.)

 

그렇다면 김제삼 씨는 김영일 씨와 같은 사람일까요? 만약 다르다면 김제삼은 홍시엘과는 동일한 사람일까요? 

 

근데 알고보니 홍시엘은 또 어렸을때 공백휘랑 Brain Pairing이 되어서 정보를 전달받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김제삼 씨는 홍시엘도 아니고 공백휘도 아니고 무엇일까요?

나는 뭐지

요러한 질문들을 실제로 소설 속에서도 던지고 있고 그것을 읽으면서 나도 나의 identity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identity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위의 사례를 보면 김제삼씨는 김영일씨의 하드웨어를 사용하면서 홍시엘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즉 김제삼의 정체성을 누구로 결정하는지에 따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꼴이 되어버리는거죠. 만약 공백휘라면 Gradient Vanishing 문제가 있을수도 있고.. 

 

책에서 제안하는 방안은 인간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구분해서 생각하고 제삼 씨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영일과 홍시엘의 복사본이 아니라 제3의 존재로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삼 씨가 본인을 인식하는 태도도 이와 같죠. 책에서 표현하기로는 두 인물과 다른 부분들(여집합, 차집합)만을 강조하면서 제삼이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갑니다. 그러나 제삼이와 두 인물의 교집합도 분명히 존재할 것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포용하지 않는 것 같아서 좀 흐으으음 했어요.

 

나의 뇌도 누군가랑 페어링되어서 2개의 모습을 가지고 그때그때 내가 꺼내서 쓰고싶은 모습으로 쓰면 좋지 않을까하는 허무맹랑한 상상도 해보았답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는 나의 과거의 모든 순간들과 현재의 순간이 합쳐져서 나의 ego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그 ego를 바탕으로 내가 판단하여 선택하는 것들에 의하여 미래의 모습들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부득이한 사고로 뇌사에 빠졌다고 해도 그 모습 또한 나이고, 그 상태에서 누구랑 Brain Pairing이 되어서 깨어났다고 하더라도 바뀐 그 모습을 나라고 봐야겠죠. 그러다보면 필연적으로 주인공 제삼이가 겪은거처럼 혼란이 올 수 밖에 없는데 인간은 강인한 존재이니 버티고 답을 찾아내리라 믿습니다. 

표현력 great. 반박을 못하겠습니다!

 

<대충 인상적이었던 문장들 모음>

성격차이로 이혼하는 사람도 많다지만 성격차이가 있기에 결혼을 결심한다고도 생각해요.

유부녀라는 이름만큼은 한 여성의 사회적 성격을 규정하는 꽤 큰 특징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지켜야하는 나라는 존재가 그저 허상에 불과하다면 자살하지 않을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이름이 없는 것, 혹은 안일하게 불리는 수많은 이름은 무자비의 소산이라는걸요.

후담

브레인 페어링부터 시작해서 브레인-브레이크다운, 브레인 컴파일러 등등 영어가 너무 남발됐어요. 뭐 난 읽는데 문제 없는데 엄마가 읽으시기엔 좀 어려운 부분도 있지 않을까도 싶고, 근데 안 읽으실건가봐여

위에서 소설 줄거리를 대강 적었는데 이 요약을 어케하지도 되게 큰 고민이었습니다. 줄거리를 알아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이해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너무 줄거리를 다 쓰자니 스포가 될거 같고. 그 다음에 얘도 읽고 나서 좀 지나고 쓰니까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기도 하고.. 그래서 뒤에 내용들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만 써봤어요. 적절할지는 모르겠네요. 

등장인물도 얼마 안 나오고, 책도 짧아서 아주 편하게 읽었슴다 : )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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